[뉴스프리즘] '그놈'은 어디에?…다시 주목받는 장기미제사건
▶ 화성용의자 이춘재 특정…장기미제 관심 봇물
반기수 / 경기남부청 2부장 "DNA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중에 있습니다. 대상자와 화성연쇄살인사건과의 관련성을 철저히 수사할 예정입니다."
지난 19일,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경찰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온 사회가 들썩였습니다.
(서진원 / 서울시 서초구) "오랫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사안인데 요즘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하고 그래서…"
이춘재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이었습니다.
(조유정 / 서울시 광진구) "이미 수감되어 있던 사람이라고 나와서 되게 가까운 데 있었는데 몰랐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발전이 빨리 돼서…"
경찰은 지난 2011년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단 의지로 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 시행 후에는 전국 지방청에 미제팀을 정식 직제화했습니다.
현재 재수사중인 장기미제사건은 모두 268건. 해결된 미제사건은 8년간 52건으로, 검거된 범인은 79명에 달합니다.
특히 경찰은 태완이법 적용이 안 돼 처벌이 불가능한 장기미제사건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1991년 3월 대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다섯 소년이 실종된 지 10년 만에 유골로 발견됐는데, 여전히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갑룡 / 경찰청장) "저희가 약속드렸듯이 사건을 저희가 원점에서…요즘 기술도 많이 발달되고 그랬으니까 원점에서 하나하나 다시 재수사를 하도록 해서…"
같은 해 발생한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 역시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이형호군이 살해된 채 발견됐을 당시 배수로 사진입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장비보관 창고로 사용되며 상황이 많이 변화된 모습인데요.
경찰은 이 사건 역시 재수사선상에 올려두고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만 두 사안 모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된 탓에 남은 증거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일종의 희망고문이 될 수 있는 우려도 없잖아 있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경찰의 몫입니다. 특히 이런 미제사건들은 담당경찰관들의 의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경찰청은 국민적 기대와 염원이 고조된 만큼 미제사건 전담팀 인력을 충원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연합뉴스TV 황정현입니다. (sweet@yna.co.kr)
▶ 지문 단 1cm만 남아있어도…"반드시 잡는다"
(현장음) "몽타주 외에 별다른 단서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02년 12월.
서울 구로구에서 작은 술집을 하던 주인이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한 뒤 현금 15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용의자는 가게의 마지막 손님.
공개 수배까지 했지만 사건은 잊혀져 갔습니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 시행 뒤, 경찰은 미제 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시간이 10년도 더 지난 탓에 옛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한 단서는 깨진 맥주병과 발자국, 담배꽁초 뿐이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부검 사진을 다시 주목했습니다.
(최성준 /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수사팀 형사) "(상처가) 네모나게 각 져 있는 형상인데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망치나 이런 것과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서…"
법의학자 감정 결과, 범인이 사용한 둔기는 건설 현장용 특수 망치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수사가 진척되면서 용의자는 한명으로 압축됐습니다.
강도죄로 2년여를 교도소에 있는 동안 벽돌 쌓기 기능사 자격증을 땄던 장 모 씨.
2017년 6월.
최신 분석기술이 발달하며 '결정적 증거'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스모킹건이 장씨를 가리킨 겁니다.
깨진 맥주병에 묻어있던 1cm 가량의 조각 지문은 장 씨의 지문과 일치했고,,,,
발자국에선 키높이 구두를 신는 사람의 특징이 드러났습니다.
담배꽁초 속 DNA도 같았습니다.
이렇게 평온한 주택가에서 평범해 보이던 택시기사 장 씨는 1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불과 8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법원은 장씨에게 1심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정지일 /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수사팀장) "현대 과학수사, 전문적인 수사 기법 등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범인을 끝까지 추적·검거해서 (피해)가족의 한을 씻어 드리고 싶습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codealpha@yna.co.kr)
▶ 하루하루가 악몽…"우리 아이 잊지 말아주세요"
(영화 '그놈 목소리' 中) "형호가 죽기를 바라죠?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아십시오."
범인의 목소리는 28년째 똑같습니다.
한결같이 뻔뻔하고 당당합니다.
고통은 오로지 피해자 가족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긴 시간 외로운 싸움이 이어지면서 손에 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나주봉 /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경제적으로 어렵고 하면 이혼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극단적인…"
멍든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화 녹음) "(실종자 수배) 플래카드를 보고 전화했어요. 나는 영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거든,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몸은 병들어 갑니다.
(현장음) "이분은 (개구리 소년) 고 김영규 군 아버지 김현도씨인데요. 뇌출혈로 쓰러지셔가지고…"
(송화자 / 전주 실종 여대생 이윤희씨 어머니) "병원에서는 약을 주면서 별 특별한 지장은 없다고 그러는데 나는 나 혼자 고통을 당하고 누워있으면 환자고…"
이들의 바람은 하나 뿐,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잊혀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생사라도 알 수 있을 것이고, 왜 그랬는지 범행 동기라도 알면 덜 억울하지 않겠냐는 게 피해자 가족들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이동세 / 전주 실종 여대생 이윤희씨 아버지) "재수사, 엄정한 재수사가 본청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이 사건은 미제로 끝나는 게 확실하거든요. 그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어요."
세상의 무관심 속에 마음의 병은 깊어져 갑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언젠가 만날지 모를 범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때때로 위험한 충동이 일기도 한다며 이 곡괭이를 꺼내들었습니다.
(나주봉 /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 "심지어 분노조절장애까지 겪는 분들이 많은데 하루빨리 이분들을 돌볼 수 있는 심리지원상담센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채 마음 속 깊은 곳에 응어리져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위로가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ziz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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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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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 & Politics | Upload TimePublished on 29 Sep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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